서론
마르지 않는 중동의 화약고,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또다시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두 국가의 적대 관계는 단순한 국지적 분쟁을 넘어, 전 세계의 안보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파도가 되었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이스라엘의 선제적이고 도발적인 군사 행동들은 이란을 자극하며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반복적으로 연출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꺼지지 않는 불씨, 이란과 이스라엘 분쟁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특히 이스라엘의 공세적인 전략이 초래하는 문제점과 앞으로의 전망을 깊이 있게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
본론 1: 그림자 전쟁의 서막과 이스라엘의 선제공격
이란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처음부터 적대적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전, 팔레비 왕조 시절 두 국가는 오히려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혁명 이후 반미, 반이스라엘 노선을 표방하는 이슬람 공화국이 들어서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작은 사탄'으로 규정하며 존재 자체를 부정했고,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개발 의혹과 역내 영향력 확대를 자국의 생존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두 국가의 갈등은 전면전이 아닌 '그림자 전쟁(Shadow War)'의 양상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면서도 시리아, 레바논 등 제3국에서 대리 세력을 통해 서로를 공격하고, 사이버 공격, 요인 암살 등 보이지 않는 전쟁을 이어온 것입니다.
문제는 최근 몇 년간 이스라엘이 이러한 그림자 전쟁의 수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점입니다. 2024년 4월,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하여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고위 지휘관을 포함한 다수를 살해한 사건은 그 정점이었습니다. 국제법상 외교 공관은 해당 국가의 영토로 간주되기에, 이는 명백한 주권 침해이자 이란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 행위였습니다. 이스라엘은 늘 그래왔듯 공식적인 시인을 하지는 않았지만, 누구도 이스라엘의 소행임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선제적이고 공세적인 군사 행동은 "이란의 위협을 사전에 제거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란의 직접적인 군사 보복을 유발하며 전면전의 위기를 고조시키는 악순환을 낳고 있습니다. 이란은 영사관 폭격에 대한 보복으로 사상 처음으로 자국 영토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수백 기의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는 중동 전체를 전쟁의 공포로 몰아넣었습니다.
본론 2: 이스라엘 도발의 배경과 그로 인한 문제점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왜 이처럼 위험천만한 도발을 감행하는 것일까요? 여기에는 몇 가지 복합적인 배경이 존재합니다.
첫째,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입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레드라인'으로 설정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라면 군사적 옵션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이란 핵 과학자 암살, 핵 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 및 사보타주 등은 이러한 전략의 일환입니다. 이란이 핵합의(JCPOA) 복원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우라늄 농축 농도를 높여가자, 이스라엘의 조바심과 위기감은 극에 달했고, 이는 더욱 과감한 군사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둘째, '저항의 축' 와해 시도입니다. 이란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시리아의 친이란 민병대 등을 지원하며 이스라엘을 포위하는 '저항의 축'을 구축해왔습니다. 이스라엘은 이 연결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시리아 내 이란 군사 시설과 무기 수송로를 지속적으로 공습하고 있습니다. 영사관 폭격 역시 이란의 군사적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스라엘의 공세적인 전략은 여러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통제 불가능한 확전의 위험성입니다.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은 이란 강경파의 입지를 강화하고, 보복을 요구하는 내부 여론을 들끓게 만듭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의 보복이 이어지다 보면, 양측의 오판이나 우발적인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이는 중동 지역 전체를 파괴적인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전 세계적인 안보 및 경제 위기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스라엘의 행보는 국제법과 규범을 무시한다는 비판에 직면합니다. 타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공습과 암살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국제사회의 분열을 초래하고, 중동 지역의 안정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결론: 출구 없는 갈등, 국제사회의 역할이 절실하다
현재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은 출구를 찾기 어려운 교착 상태에 빠져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안보를 이유로 선제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이란 역시 자존심과 역내 영향력을 지키기 위해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양국 내부의 강경파 목소리가 커질수록 대화와 타협의 공간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처럼 위험천만한 '치킨 게임'을 멈추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적극적이고 일관된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단순히 양측에 자제를 촉구하는 수준을 넘어,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군사 행동에 대해서는 명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이란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낼 실질적인 유인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이스라엘과의 맹방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국제법을 준수하고 역내 긴장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이스라엘의 정책을 유도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의 복원 또한 시급한 과제입니다. 군사적 압박만으로는 결코 이란의 핵 개발 의지를 꺾을 수 없습니다. 제재 완화와 체제 안전 보장을 포함한 포괄적인 해법을 통해 이란이 스스로 핵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제사회와의 협력에 나서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은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중동의 불안정은 국제 유가 급등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으며,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도 복잡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끝나지 않는 그림자 전쟁의 사슬을 끊어내고, 파국적인 충돌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지혜와 노력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