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대 땐 잘 몰랐는데, 40이 넘고 나니 모든 게 약해진다. 술도, 체력도, 열정도, 의지도. 다만 위안이랄까? 수염은 더 억세진다. 고집 같다. 이런 강인한 것이 자라나는 족족 잘라야하니 내가 약해질 수밖에 무슨 도리가 있겠는가?
욕심을 버리고 거칠어진 수염을 부끄러워하며 누구에게라도 쉬 다가가지 말아야 할 테다. 이 빳빳한 것이 누구에게 생채기를 낼 줄 알아서.... 뻔뻔하게도 아침에 깎은 턱이 거칠어지는 것을 보면 말이야. 깎은 놈이 시퍼렇게 눈 뜨고 있는데도 이렇게 자람에야.